인터뷰

도심 속 목가적 풍경을 누리는 '강남 세곡동 다가구 주택'

중형 세컨하우스 주거

세대마다 테라스와 다락 등을 갖춰 기분 좋은 개방감을 누리면서도 프라이버시도 보장되는, 마치 여러 독립된 주택들이 모인 마을같은 한 채가 있다.




주인 가구와 임대 가구의 프라이버시를 모두 보장하는 입체적인 주택

처음 대면했던 건축주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다가구주택이나 건축에 관해 많은 사전 공부를 하고 온 인텔리전스가 남다른 분이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파노라마 뷰가 일품인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감과 프라이버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지인들과 함께하는 소모임을 즐기는 아내가 무엇보다 원했던 공간은 루프탑과 여러 파티를 원활히 서포트할 수 있는 디럭스한 주방이었다.


7.2m 길이의 창문을 가진 건축주 세대의 거실은 전면에 위치한 대형 테라스 및 하부 정원으로 시선을 확장시키며, 개방감을 확보한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마감해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내는 주방.


대지가 위치한 세곡동은 서울시 강남구에 속해있지만 아담한 크기와 목가적인 풍경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총 다섯 가구가 살게 될 대지는 서측에 위치한 6m 도로를 따라 남북 방향으로 약 1.9m의 경사를 가지고 있는 땅이다. 건축주는 별동으로 분리된 건축주 가구, 대지의 경사를 이용하며 도로와 직각 방향으로 연접한 임대 가구라는 배치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셨다.

하지만 면적 150평, 건폐율 50%의 대지에서 별동 구성은 이격거리 확보 문제로 인해 오히려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었다. 또한 대지 길이 21m 안에 4개의 임대 가구를 병렬배치하는 계획은 1베이 평면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가구 간 소음 등의 문제가 우려됐다. 따라서 건축주와 임대 가구가 거주할 공간을 수직으로 분리하고, 임대 가구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배치하여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잡았다.


층고가 높아 시원스레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침실. 채광과 조망을 누리는 데에도 모자람이 없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지면적 : 506㎡(153.06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건축면적 : 251㎡(75.92평)
연면적 : 753.56㎡(227.95평)
건폐율 : 49.60%
용적률 : 78.52%
주차대수 : 6대
최고높이 : 10.09m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단열재 : 벽 - 준불연 경질우레탄 단열재 80㎜ / 지붕 - 준불연 경질우레탄 단열재 130㎜
외부마감재 : ·지붕 - 화강석 버너구이 + 이페 루버
담장재 : 와이드 브릭 브라운
창호재 : 이건창호 43㎜ 알루미늄 삼중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 PVC 삼중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설비: ㈜라인이엔씨
구조설계(내진) : 태경구조이엔지
시공 : ㈜더유니드이엔씨
감리 : ㈜에잇플러스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 : 숨21건축사사무소

세대마다 계단실 디자인을 모두 달리해 개성을 드러냈다. ⓒ이종은

도심에 위치한 주택이지만 개인 마당, 테라스, 선큰 정원, 다락 등 세대별 서비스 공간에 창을 크게 적용했다. ⓒ정선우

대다수의 다가구주택에서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로 이루어진 코어가 수직 동선을 한곳으로 모으고 각층에서 동선을 다시 수평으로 분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본 건축물에는 이러한 코어가 없다. 각각이 단독주택인 것처럼 별도의 반사적인 외부공간을 통해서 독립적으로 진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세부 평면계획은 각 공간이 주어진 면적에서 최적의 활용성을 가질 수 있는 비례를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는 동선의 흐름에서 시선이 멈추는 곳, 주요 공간의 창문이 마주하는 곳에서 조경, 정원, 작은 야산으로 열린 뷰를 통하여 기분 좋은 개방감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5개의 가구는 개인 마당, 테라스, 선큰 정원, 다락 등 각기 다른 서비스 공간을 갖는다. 이러한 특화 공간은 주거 생활에 서로 다른 색채의 풍부함을 제공하며 작은 힐링 스팟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전체적인 건축물의 윤곽선은 중정의 삽입에 따라 일차적으로 분절된다. 이러한 매스의 변화는 다섯 개의 박공지붕을 만나면서 독립된 집이 모인 마을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의 박공은 네 개의 내부 공간, 한 개의 외부공간을 만들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세 개의 다락을 품는 데, 여러 모임과 연계되며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될 거실 상부 대형 다락, 건축주 마음속 소년 감성을 충족시켜 줄 아지트 같은 안방 상부 다락, 임대 가구에 여유 공간을 제공할 세 번째 다락이 그것이다. 아울러 투시형 갤러리로 처리된 표면은 서측에 위치한 하부 주방에 적절한 음영을 떨어뜨리고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크기가 큰 창을 시공해 채광과 조망에 부족함이 없으며 목가적인 분위기마저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종은


오픈식 계단실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정선우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벤자민무어 / 바닥 – 시저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시저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조명 : 엔제이 라이팅
계단재 : 멀바우
현관문 : 현장제작
방문 : 예림
엘리베이터 : 티센크루프

루프탑 전면 박공지붕은 노출된 외부공간에 적절한 위요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건축주 세대의 현관 출입 동선을 분리해 프라이버시를 강화했다.


바닥의 석재 느낌 타일과 TV 월의 목재가 조화로운 건축주 세대 거실.


외장재의 화룡점정이 될 마지막 재료인 이페 루버는 오랜 고민 끝에 적용했다. 주기적인 유지관리에 대한 건축주의 의지를 확인한 후에야 천연목재 중 최고의 내구성을 가진 이페 루버를 선정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를 모두 행복하게 만든 결정이 되었다. 특히 시공자는 외부에 피스 자국이 남지 않는 고급스러운 면처리를 위해 많은 디테일 고민과 비용 부담을 감수해 주었다.

본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설계 기간에 비해 시공 기간 중 많은 난관을 만났다. 장기간의 장마와 원자재 가격 폭등, 선정 재료 단종 등 의 상황에서는 건축주, 시공자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고 건축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훌륭한 완성품에 이를 수 있게 역량을 발휘한 건축주와 시공자 모두에게 감사하며, 파노라마뷰 고층 아파트에서 목가적 풍경의 마을로 이사 온 건축주가 누리게 될 작고 섬세한 행복을 기대해 본다.


외부 마감재료로는 두 종류의 화강석과 천연목재루버를 사용하였다. 마천석의 차분한 톤이 고급스러운 느낌의 베이스를 형성한다면, 밝은 구리록은 마천석과 대비를 이루며, 매스의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표면처리는 연마보다는 날씨나 빛에 따른 석재의 다른 얼굴들이 잘 드러나는 버너구이를 선택했다.

건축가 이종은 : 숨21건축사사무소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5년여의 실무 경험을 거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 건축사 자격 취득 후 귀국해 ㈜무영건축에서 한남더힐, 헌인마을도시개발사업 등 하이엔드 주거단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숨21건축사사무소 설립 후에는 고급주거 설계 경험을 활용해 소규모 주거공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으며, 상업건축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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