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이 내다보이는 언덕 위 전원마을.
그곳에 마당을 품고 가족을 안을 집을 지었다.
단독주택은 상대적으로 불편하다고들 한다. 간편함만 생각하면 모두가 아파트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단독주택은 많은 이들의 꿈으로 지어진다. 아파트가 아무리 편해도 주택이 줄 수 있는 여유와 자유로움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학민, 우진 씨 부부도 그들이 집을 지은 이유로 ‘자유로움’을 가장 먼저 꺼냈다. 층간소음을 걱정해 늘 아이들을 조심시키는 게 미안했던 부부는 집 안팎에서 뛰어놀며 여러 가지 생각을 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앞으로 커가면서 그때 또 다른 환경에 대해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뛰어놀아야 한다고 믿었다. 부부도 쳇바퀴처럼 반복되며 점차 지쳐가는 나날 속에서 자연이 주는 휴식이 그리웠다. 고민 끝에 부부는 자연을 누리는 양평의 한 전원마을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마당을 넓게 품는 지금의 집을 지었다.
마당 입구에서 바라본 주택. 손님들이 종종 머무르는 별채가 입구 가까이에 먼저 놓였다.
자잘한 굴곡 없이 직선만으로 구성돼 전반적으로 정갈한 파사드.
가족의 새집은 다소 경사진 전원마을의 중턱에 자리했다. 경사를 활용해 지하로 주차장을 설치하고, 그 위에 단정한 박공과 벽돌&루버로 차분함을 더한 집이 별채와 함께 올려졌다. 주택은 마당을 둘러싸듯 좀 더 벌어진 ‘ㄱ’자 형태로 앉혔다. 일반적인 형태의 주택보다는 공간 배치에서는 다소 경직되고 시공 난이도도 높아졌지만 필지에 꼭 맞게, 마당을 최대한 넉넉하게 활용하고자 한 선택이었다.
주방에서 현관까지, 현관에서 거실까지, 1층에서는 어디든 막힘 없이 시선이 이어져 주방일을 보면서도 집안 상황 파악이 쉽다.
계단실의 아치형 개구부는 인테리어 요소면서 동시에 계단의 안전 난간 역할을 한다.
본채의 실내는 밝은 톤의 소재로 마감해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복도를 따라 서재와 계단실을 지나 ‘ㄱ’자로 꺾이는 중심에서 주방에 이른다. 주방은 더 안쪽의 거실과 ‘ㄱ’자의 한 날개를 차지한다. 주방과 거실은 서로 열려 있지만, 넓은 아치를 두고 거실 레벨을 낮췄다. 이는 주방과 거실을 구분 짓는 것과 함께, 2층을 활용하기에 어려워진 오픈 천장을 대체해 넉넉한 층고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주방에서 담소를 나누는 건축주 부부. 넉넉한 주방 공간 덕에 살림이 한결 편해졌다고.
데드스페이스로 남겨지기 쉬운 계단실 아래는 계단참을 연장해 벤치처럼 만들었다.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종종 복도 와이드창 너머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고.
아치형 구조물과 레벨 차이로 주방과 거실을 구분해주었다.
거실창은 멀리 용문산 전망을 방해 없이 즐기기 위해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쳐 배치되었다.
부부와 아이의 침실, 그리고 가족실 등 가족의 사적인 공간들은 모두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공간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붕선을 살린 높은 천장을 구현해 깊은 공간감을 연출했다. 아이 방은 아치로 공간을 둘로 구분해줬다. 아늑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학업에도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드레스룸도 안방의 부부 드레스룸과 가족 드레스룸을 나눠 의류 보관과 활용에 효율성을 더했다.
HOUSE PLAN
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대지면적 ≫ 546㎡(165.16평)
건물규모 ≫ 본동, 부속동 각각 지상 2층
거주인원 ≫ 3명(부부, 자녀 1)
건축면적 ≫ 127.38㎡(38.53평)
연면적 ≫ 254.76㎡(77.06평)
건폐율 ≫ 23.33%
용적률 ≫ 46.66%
주차대수 ≫ 3대
최고높이 ≫ 8.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하 - 철근콘크리트 구조 / 지상 –벽 : 2×6 S.P.F.구조목, 지붕 : 2×8 S.P.F. 구조목, 2층 바닥 : 2×10 S.P.F. 구조목
단열재 ≫ 외벽 - 그라스울 R23(가등급) + 외단열 30mm EPS(가등급) / 평천장(지붕) 및 층간 : 그라스울 R32(나등급), 그라스울 R37(2층 하부 오픈)
외부마감재 ≫ 외벽 - 치장벽돌(적고벽돌), 적삼목 루버 위 오일스테인 / 지붕 - 컬러강판(0.5T_다크링클)
담장재 ≫ 평철난간
창호재 ≫ 알루플라스트(Aluplast) 독일식 시스템창호 + 3중 유리(에너지등급 1등급)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에너지원 ≫ LPG 가스보일러(경동)
전기·기계 ≫ 부경전기
설비 ≫ 무등설비
설계·시공 ≫ 프랜디홈
1층 거실 바로 위에 자리한 가족실은 손님이 많은 집안 특성상 식구들의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어주기도 하고, 아이 친구들이 놀러 오면 널찍하게 놀이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은 먼 미래에 라이프사이클이 변화하면 상황에 따라 이 가족실을 방으로 바꾸거나 재배치도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왼쪽) 세면대를 바깥으로 빼 효율성을 높인 욕실. (오른쪽) 계단실과 맞닿은 1,2층 벽면에 와이드 창을 둬 계단실은 늘 밝다.
아이 방은 박공 형태의 가벽을 두고 크고 작은 두 공간을 나눠줬다. 몰입할 수 있는 독서공간, 개인 드레스룸 등 지금과 앞으로 변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을 염두에 두었다.
천장을 오픈해 지붕선을 살린 가족실. 지금은 개방된 놀이공간처럼 쓰지만, 나중에 문을 설치해 또 하나의 방처럼 사용하는 상황도 고려했다.
한편, 부부는 집을 짓고 살며 지내온 소감에 대해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남편 학민 씨는 “건축 관련한 일을 하다보니 나름대로 아는 부분이라 생각해 일부 위치를 현장에서 소통 없이 바꾸곤 했는데, 그것이 입주 후에 그대로 아쉬움과 불편함으로 다가왔다”며, “아는 것이라 넘기기 전에 꼭 전문가와 다시 한번 검토할 것”을 강조했다.
깔끔하게 다듬어놓은 잔디정원 위에서 남편과 아이는 공놀이를 하며 뛰어놀고, 저녁 무렵에는 거실 앞 데크에서 난로에 불을 지펴 물멍과 산멍에 잠긴다. 종종 손님이 놀러 와도 별채가 있어 서로가 여유롭게 자연을 즐긴다. 2월에 입주해 이제 반년. 이전의 아파트 생활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물러나고 가족들은 전원생활에서 진정한 휴식과 자유를 만끽한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지 –개다리벽지 실크벽지 / 바닥 – 포세린타일, 구정마루 강마루 그랜드 오크뉴
욕실 및 주방 타일 ≫ 홈즈타일(국산,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이누스, 일신, 비반트, 베르사츠, 다로스
주방 가구 ≫ 형제싱크 자체 제작
거실 가구 ≫ henzy_design(헨지디자인) 쇼파, TV하부장
조명 ≫ 렉스조명
아이방 가구 ≫ 이케아
계단재·난간 ≫ 고무나무 + 평철 난간
현관문 ≫ AEVO
중문 ≫ 우딘 비대칭 양개도어 + 아쿠아 유리 + 골드 폴사각핸들
방문 ≫ 우딘 ABS
데크재 ≫ 방부목데크
잔디관리가 쉽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뛰어노는 아이를 생각해 넓은 잔디 마당은 포기할 수 없었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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