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MEVIME in HADONG
잠시만 머물겠다고 내려온 경남 하동의 한 마을. 그곳에서 만난 구옥이 부부의 손을 거쳐 유럽 주택이 되었고, 그들은 어느새 마을에 녹아들어 마을 사람이 되었다.
맥시멀리스트와 하동 시골집의 만남
송규리, 이지현 씨 부부는 점점 서울과 근교 도시에서의 삶에 피로감을 느꼈다. 긴 유학 생활과 귀국, 업무, 그리고 아직 어린 소중한 아이를 케어하는 나날은 어디선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부부는 ‘시골에서 잠시 살기’를 떠올렸다. 아이에게도 풍부한 자연과 자유로움을 선사할 수 있을 터였다. 남들은 보통 제주도로 간다지만, 부부는 하동 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리지 않았다. 언젠가 만났던 하동의 풍경이 그들의 마음에 깊게 각인되었던 탓이다.
결심이 서자 몇 번을 내려와 하동 이곳저곳의 집들을 둘러봤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자꾸 눈이 가던 한 집. 집에 대한 관심 어린 눈빛을 알아줬는지, 마을 분들의 도움을 받아 그 집을 구하고, 자타칭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취향을 부부의 땀과 시간을 연료삼아 본격적으로 녹여냈다.
고치는 과정은 지난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흔히 회자되는 시공사와의 갈등도 겪어 봤고, 뭐든 처음이라 자재 구입부터 시공까지 실수도, 착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마을 이웃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도 많이 줬다고. 지현 씨는 “아이 있는 젊은 부부가 끙끙대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이에요”하고 멋쩍어했지만, 뭐든 알고 싶어하고 먼저 다가가고 진심으로 하동과 이 마을을 좋아했던 부부의 눈빛을 이웃들도 알아봤기 때문이리라.
낡은 황토집과 잡동사니와 먼지만 쌓여가던 ‘점빵’은 그렇게 남유럽 어디에선가 본 듯한 화사하고 애틋한, 종합 선물 세트처럼 좋아하는 것으로 한가득 채운 집, ’빔빔(vime vime)‘으로 다시 탄생했다.
본채와 정원. 판석의 배치를 직접 일일이 바꿔 무척 고생했다는 후문.
본채의 거실. 다채로운 프린트 벽지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왼편 벽은 ‘빔빔’의 상징인 버드나무 잎 그림 벽지.
부부는 가구 하나 놓는 것도 여러번 수정하며 감을 잡는다. 별채 베란다의 소파 위치도 물론 그런 과정을 거쳤다.
서울이라는 우물 밖에 펼쳐진
즐거운 시골 라이프
빔빔에서 부부는 여러 가지를 해봤고, 지금도 하고 있다. 집을 꾸준히 가꾸는 건 기본, 작년에는 스테이를 열어 직접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소중히 가꾼 공간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고 좋아해 주는 모습에서 감사함을 느꼈다고. 부부와 마찬가지로 귀촌을 생각하는 친구나 SNS 지인들과 구옥 리모델링 노하우를 나누고, 화계면에 ‘빔빔 2호점’을 한창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지현 씨는 “여기 1호점을 교훈 삼아 더 재밌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올해 여름에는 완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패브릭을 활용한 전등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빔빔 이름으로 조그만 편집숍, ‘빔빔 세탁소’도 작게 출발했다. 물론 시골 라이프에도 충실하다. 집 고치면서 쌓인 기술을 바탕으로 규리 씨는 이웃집 수리를 돕기도 하고, 지난 가을에는 하동군 운동회에 나가 마을을 대표해 선수로 뛰기도 했다. 나이 제한(젊어서)으로 경기 몇 개를 참가 못 해 분해할 때,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달래줘서 뜻밖에 즐거웠다고. 그렇게 ‘1년만 쉬고 오자’고 했던 세월이 어느덧 2년을 넘겼다.
구옥에 있었던 주방과 거실의 단차, 구조 보강으로 생긴 천장의 턱. 작았던 원래 주방창은 보강을 거쳐 코너창으로 확장해 개방감을 더욱 키웠다.
거실 정면에 자리한 빈티지 양개 도어를 열면 나타나는 알파룸. 원래는 지현 씨의 작업실로 계획했지만, 지금은 아이의 또 다른 놀이방이 되었다. 창 너머로는 과수원이 자리해서 사계절 변하는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 다채로운 빈티지 수납장과 아이템들은 맥시멀한 주방에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준다.
가지각색의 타일이 인상적인 본채 욕실. 벽을 헐어 내고 타일을 몇 번 뜯어 내는 대공사 끝에 완성했지만, 지현 씨는 당시 타일 수급 문제로 원했던 디자인으로 맞추지 못해 끝내 아쉬워했다. 지금은 더 이상 고치지 않지만, 언젠가는 또 모르는 일이다.
현재 스테이로 사용하고 있는 별채의 내부. 처음부터 손님을 맞이할 것을 염두에 두어 리모델링이 이뤄졌다.
“시골에 가면 문화생활도 못 하고 아이 교육은 어쩔 것이냐”는 걱정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부부는 그것은 오히려 서울이란 우물에 갇혀 시골을 똑바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인파에 치여 시간도 비용도, 배우고 즐기는 것도 이도저도 아닌 것보다, 여기에서 즐기는 전시가 훨씬 감상의 질도 좋았고, 아이에게도 훨씬 득이 되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가족은 이곳을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의 시골 라이프를 빔빔 가족 모두가 온전히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협조_ 빔빔하동(인스타그램 vimevime_hadong)
빔빔(vime vime)은 아이 이름(유우)에도 쓴 버드나무(柳)의 프랑스어 단어로, 세상 풍파를 부드럽게 넘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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