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진 작가의 ‘한옥 풍경’ 시리즈. 어린 시절 한옥에서 지낸 기억의 단편들이 내재화 되어 이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지형과 바람길 등을 모두 고려해 한옥을 짓듯이 공간에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도예는 삶이며 숨 쉬는 방법’ 이라는 지혜진 작가를 만나 공방을 꾸려가며 작업을 지속해나가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도예 작업은 필연, 무엇을 했던
도예가의 길로 돌아왔을 것
어렸을 때부터 가는 곳마다 미술도구를 들고 다니며 그림 그리기를 즐기던 지혜진 작가는 선화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흙 작업에 매력을 느껴 홍익대학교 도예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일본 분카패션대학에서 스타일리스트 공부를,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비즈니스 공부를 마쳤다. 도예와는 전혀 다른 분야인 패션과 비즈니스 공부를 할 때도 이런 경험의 축적들이 언젠가 도예 작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업의 끈을 계속 이어갔다. 그렇게 수년간의 해외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수원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도자공방을 열었다.
공방을 운영하며 꾸준한 작품활동과 더불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 작가는 이 모든 활동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삶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고리 같다고 전했다. 어쩌면 도예 작업은 내 인생의 필연인 듯싶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물레 작업 중인 지혜진 작가. / 작업 중인 지혜진 작가. 전시장에 전시되는 것만으로 소비되는 작품이 아닌 공간과 어우러지는, 나아가서는 공간을 제안하는 큰 규모의 설치 작업으로까지 나아갈 계획이다.
ARTIST INTERVIEW :
도예가 지혜진
전원속의 내집 1월호에 작품 ‘WINDOW’가 소개됐었다
단순히 소품을 만드는 도예를 넘어 ‘공간을 제안하는 도자 조형 작업’을 하고 있다. ‘WINDOW’ 시리즈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창(窓)을 도자 조형으로 새롭게 제안하는 작업이다. 면과 면, 선과 선이 만나 만들어지는 공간에 여러 이야기를 담아보고 있다. 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자연의 풍경, 그 자연과 어우러진 외부의 환경, 그 풍경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심정 등 이 모든 요소를 재료로 작업 중이다. 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자연’, 그중에서도 비(非)시각적인 바람과 빛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싶어 다양한 매체와의 융합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창의 크기만큼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창 너머 풍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듯 작품 역시 여러 버전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80평대의 공방 내부. 작가실, 유약실, 가마실을 분리해 운영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도예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16대의 전기 물레를 구비해 편리한 작업이 가능하다. / 지혜진 작가의 가장 최근작인 ‘WINDOW’ 시리즈. 작가의 초창기 작업에서부터 이어진 한국적인 선을 모티프로 창(窓)을 표현했다. 작품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까지가 작품의 완성이다.
‘흙에 끼가 있는 전문 예술가 단체’로 매년 도예 기반 작업을 통한 전시 및 교육 등의 프로젝트로 소통하고 있다. 작가들에게는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을, 시민들에게는 소통하는 도예 향유문화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작년에는 33명의 작가와 흙으로 빚는 일상전을 수원시립미술아트스페이트광교에서 전시하였고, 올해에는 연구회 소속 4명의 청년 작가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여했다. NFT 아트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회화나 사진이 아닌 도자 NFT는 좀 생소하다 NFT 아트는 새로운 무대이고 기회의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회화나 사진 예술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도자예술 특성상 입체를 구현하기에는 테크니컬한 부분도 있어 회화보다는 장벽이 높을 수 있지만, 도예 작가들이 꾸준히 여러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신선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리라 생각된다.
공방을 이끌어갈 에너지는 사람 간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적정량의 에너지를 주고받지 못하면 그 공간은 유지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여닫는 것을 우선시한다. 또한, 도자공방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확장공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4월이 지나면 완성될 예정인데, 여러 작가와 전시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취재_ 오수현 | 사진_ 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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