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빼빼한 가구 만드는 건축가

이동식 농막 소형 세컨하우스 중형 세컨하우스 주거

가구 만드는 사람들 : 가라지가게 장영철


Ⓒ변종석



와이즈건축과 가라지가게를 함께 운영 중인 장영철 소장, 가구를 통해 여백이 만드는 간결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자작나무_합판으로_만든_가구

전숙희 소장과 함께 2008년 와이즈 건축을 개소해 운영 중인 장영철 소장은 지난 2017년 빼빼가구를 만드는 브랜드 ‘가라지가게’를 론칭했다. 장 소장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적 재료로 누구나 편하게 조립해 사용하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다. 다른 나무들도 테스트를 거쳤지만, 강성이 뛰어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형도 적은 친환경 소재 자작나무 합판을 메인 재료로 선택했다. 20세기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 엔조마리가 최소한의 부품과 공법을 이용해 누구나 필요한 가구를 간단히 만들 수 있도록 한 아우토프로제타지오네(Autoprogettazione) 작업을 보고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가라지 가게는 어느덧 8년 차가 됐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가볍고 편한 체어 11. 시트가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져 정면이나 뒷면에서 보면 자작나무 프레임이 마치 숫자 11을 나타내는 듯해서 이름 붙였다.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최소한의 부재로 만들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아크릴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두 재료는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닌다. 아크릴은 쪼개지지만, 폴리카보네이트는 찢어진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질기고 강한 재료다. 한편, 가구도 제품이기에 아이디어가 전부가 아니고 양산 가능 여부가 관건이다. 폴리카보네이트를 구부리는 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비용 절감 방법부터 미묘한 착석감 차이, 디자인까지 여러 가지 버전으로 테스트 중이다.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 셀 수 없는 가구 제작 사례만 보더라도 이제 베테랑 가구 디자이너라고 할 법도 한데 장 소장은 겸손하게 말한다. “제가 가구 디자인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건축가들은 대체로 재료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을 선호해서, 제품으로써의 감성적인 디테일에 약해요. 물론 둘 다 잘하시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저는 처음에 가구 나사가 그대로 보이게 두거나, 부속품을 도장할 때 색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도 했었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첫 선을 보인 UVDS 빼빼 수납장. 위에서부터 차례로 Up, Void, Down, Slide의 기능을 갖춰 영문 앞글자를 따 이름 붙였다. 역시 내년 초에 정식 출시 예정이다.




빼빼가구는 가구의 치수를 사용자에게 맞춰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분 방의 벽 바닥부터 천장까지 공간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수납장을 마련하세요!"라는 식으로 광고 중이다. 맞춤 제작으로 좁은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 가능하다.



"결이 아름답고, 내구성이 좋고,

목재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작나무 합판.

빼빼한 자작나무 막대기로 제작한 빼빼가구"




일종의 큰 가구 개념으로 만든 남해 정자. 일명 빼빼집. 빼빼가구를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게 제작했다. 정자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해, 유명 드라마에도 나와 화제가 된 보호수 팽나무를 지붕에 누워서 바라볼 수 있게끔 했다. 앞으로도 가구에서 건축으로 확장되는 이런 작업을 많이 시도해 보려고 한다.



#건축가와_가구 디자이너의_공통 분모

가구를 디자인할 때, 건축가라서 도움받은 부분도 적지 않다. 이 가구가 어떻게 주위 환경에 대응하며 기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까, 어디에 배치되어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까 등의 주제를 가구 디자인하는 건축가로서, 건축하는 가구 디자이너로서 더욱 잘 고민할 수 있었다.




도산공원의 오랜 터줏대감이었던 편집숍 퀸마마마켓의 리뉴얼 프로젝트에 함께 했다. 공간 규모가 매우 컸고 72시간 내에 가구를 조립하고 배치해야 해 거의 작전하듯이 밤을 새워 완성했었다. 가라지가게 오픈 초창기 때 페어에서 의뢰받았고, 이 프로젝트 덕분에 가라지가게의 이름을 알리게 되어 기억에 남는다. Ⓒ노경



빼빼한 막대가구들은 약해 보이지만, 가구가 균형을 이루고 내구성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때때로 빼빼장은 벽에 고정하여, 구조를 보강하기도 한다.



안동 병산서원을 빼빼집으로 해석하고, 영상 미디어의 다양한 풍경을 배경으로 지속가능한 전통건축의 미래를 제시한 작품이다. 토탈미술관의 미래건축전에서 선보였다.



"건축으로 확장되는 가구의 가능성,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사하다"




Ⓒ변종석



장 소장은 내년 초에 출시를 앞둔 ‘체어 11’을 제작하면서 비로소 ‘이제 나도 가구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건축가와 가구 디자이너의 공통 분모에 속하면서 치밀하게 만든 완성도 있는 가구, 주위 환경에 잘 대처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가구, 건축으로 확장되는 가구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가구 잘 고르는 법을 묻는 질문에는 가구를 들이기 전 불필요한 물건을 최대한 많이 버리고, 모듈 형태의, 간결해서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가구를 고르고, 한쪽 벽면을 전부 활용가능한 레이아웃으로 가구를 배치하라고 귀띔했다.



취재협조_ 가라지가게

기획_ 오수현 | 사진_ 변종석, 브랜드 제공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2월호 / Vol.29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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