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지만 당당한 반전이 유쾌한 집

소형 세컨하우스 중형 세컨하우스 주거

괴산주택 흑당黑堂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마을에 지어진 작고 검은 집.

그 집에는 넓은 풍경과 밝고 여유로운 공간과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의 배려가 한가득 담겨 있다.



포치와 돌출된 창호, 흑백 대비와 오렌지색 등은 남측 입면에 무게감 있으면서도 유쾌하고 귀여운 표정들을 만든다.



담백하지만 심심하지 않고, 작지만 개방감으로 충만한 집

같은 마을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의 인연으로 평생을 함께한 건축주 부부는 인생 전반부의 마무리이자 후반부의 시작에서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자연 속에서의 삶을 실현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생애 처음인 집짓기나 전원생활에 대한 불안도 있었지만, 인생 두 번째 무대를 만든다는 설렘과 꿈이 더 컸다. 생협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이곳 괴산의 마을에 마음을 얹어놓은 부부는 ‘적정건축’ 윤주연 소장과 함께 집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춰나갔다. 설계와 건축에 1년을 보내고 부부는 반전 매력이 선물꾸러미처럼 담긴 집을 만났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북 괴산군

대지면적 : 417㎡(126.2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2명(부부) + 반려묘

건축면적 : 93.07㎡(28.15평)

연면적 : 126.21㎡(38.17평)

건폐율 : 22.32%

용적률 : 30.27%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외벽 2×6 / 지붕 - 2×10 구조목

단열재 : 그라스울, 비드법단열재(외단열) | 외부마감재 : 벽 - 외단열 시스템 위 외벽타일, 스터코플랙스 / 지붕 - 컬러강판

창호재 : 아키페이스 알루미늄 3중창호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에너지원 : LPG

조경 : 정원사 강응렬

전기·기계 : 건창기술단

설비 : 청훈이엔지

구조설계 : 두항구조

시공 : ㈜위빌(현장소장 : 박용호) 

설계·감리 : 건축사사무소 적정건축



1층뿐만 아니라 2층도 남측과 북측으로 난 널찍한 테라스 덕분에 공간에 확장성을 더할 수 있었다. Ⓒ이원석



썬룸처럼 쓰는 테라스는 창 크기를 키운 만큼 취약해진 북향 단열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테라스는 면적에 산입되지 않는 1.5m 정도만 만들곤 하지만, 건축면적을 조금 더 쓰더라도 널찍하게 만들어 활용도를 높였다.



대지는 남쪽으로 산과 도로가 접해있고, 북쪽으로 아래에 멀리 호수와 유려한 산세를 끼고 있다. 시원한 뷰는 북쪽에서 확보하지만, 채광은 남쪽에서 받고 그러면서도 도로에 면해 프라이버시 확보를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집은 일반적인 남향집과 달리 북향으로 안마당을 두고 자리 잡았다.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서 논의된 조건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예산 효율화를 위한 규모와 형태여야 했다. 그래서 집은 특별한 장식 없이 심플한 모양을 가졌다. 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외벽의 블랙과 화이트의 강렬한 대비와 넓게 뻗은 포치와 처마 덕분에 집은 왜소하지 않고 당당하다.



LDK(거실-식당-주방)로도, 발코니와 마당으로도, 2층과 지붕면에 이르기까지 막힘없이 시선이 확장된다.






두 번째는 충분한 개방감을 가져야 했다. 이는 우선 거실과 식당, 주방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연결해 실내에서의 개방감을 확보했다. 여기에 긴 테라스로 이어지는 2차적 확장, 테라스 전면을 모두 폴딩 도어로 적용, 마당을 향해 완전히 개방해 다시 확장할 수 있게 했다. 식당 위로는 보이드 공간을 만들어 수직적으로도 공간이 확장된다. 덕분에 한 층에 19평 정도 되는 작은 규모지만, 전혀 갑갑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차를 즐기거나 때론 손님방으로 쓰는 다실. 단차를 두고 장지문을 두어 한옥의 느낌을 더했다. 다실 바깥으로는 정원을 조성해 식생을 즐기고 시선을 차단하고자 했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LDK.



콤팩트한 주방이지만, 별도의 팬트리와 외부 주방, 데크와 이어지는 출입문을 두고 있어 사용성은 결코 좁지 않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개나리벽지, 강화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제작가구

조명 : 을지로 국제조명

계단재·난간 : 집성목, 평철난간

중문 : 성신특수목재 장지문

방문 : 영림도어(필름)

붙박이장 : 제작가구

데크재 : 신명마루 동군 19㎜



DIAGRAM






1층부터 지붕 끝까지, 집 한바퀴를 도는 무늬목 마감은 흑당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나무의 무늬와 컬러를 선정하는 데 필요했던 수많은 논의와 함께 시공에도 무척 애를 먹었다는 후문.



세 번째는 부부 각각의 색깔이 녹아든 공간이었다. 개방감과 함께 세탁실과 파우더룸, 욕실 등 동선의 효율성이 느껴지는 2층에 서재 겸 침실을 두 개 두었다. 이는 취향과 취미,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공간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 결과다. 이 차이는 실 구분뿐 아니라 적용된 가구나 배치, 창 형태에까지 적용되어 독특한 대조감을 나타낸다. 이외에도 주택 안팎의 단정하면서도 인상적인 색채 사용은 편집디자인 업계에서 오래 몸담아온 남편과 건축가의 고민의 결과이기도 했다.



남측의 계단실과 그 위 지붕에도 창을 두어 풍부한 채광을 확보하고자 했다. 1층 거실과 식당에서 시작된 루버 마감이 천장을 지나 여기까지 이어진다.


남편이 머무르는 침실은 개방감을 중시하는 성향에 맞춰 테라스로 이어지는 투명 시스템도어와 작지만 앉아서 보는 것을 전제로 한 코너창을 두었다.


세탁실 겸 파우더룸과 벽으로 구분되는 욕실과 화징실을 한 동선 안에 두었다. 욕실은 좌식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선반과 수전 위치를 조율했다. Ⓒ이원석



집을 짓고 계절을 한 바퀴 돈 지금, 처음 괴산에 올 때의 불안감은 이제 자연 속에서의 충만한 행복감으로 바뀐 지 오래다. 23년을 부부와 함께 살아온 반려묘의 느긋한 모습에서 신경 써 지은 집의 아늑함을 엿볼 수 있었다.



1층 발코니 공간 만큼 마찬가지로 넓어진 2층 테라스. 멀리 괴산의 산세와 호수가 한눈에 담긴다.


외부 주방은 마당에서의 여러 활동에는 물론, 평소 냄새 나는 요리를 할 때도 보조주방처럼 사용하곤 한다.





건축가 윤주연 : 적정건축 OfAA

일상의 공간에서 알맞고 좋은 건축을 만들어내는 건축가. 모두가 필요한 집이라는 보편적 공간에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주는 것에 관심이 있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용인시 공공건축가를 역임 중이다.



기획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이원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2월호 / Vol.29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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