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작나무 숲속에 자리한 하얀 집, 백화재

중형 세컨하우스 주거

<정원이 아름다운 전원주택>


정원을 가꾸면서 살고 싶었던 건축주의 어린 시절 꿈을 담은 집이 한 송이 하얀 꽃처럼 풍경 속에 단아하게 피어 있다.


세라믹사이딩으로 마감한 심플하고 모던한 주택의 외관. 자가세척 기능이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



남향을 받는 전면에 설치한 창은 층고까지 높여 거실 가득 빛을 들인다.



인생이 어떤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때,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유독 오랫동안 가슴에 새겨지곤 한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며 엄마와 함께 꽃과 나무를 가꾸고 텃밭에서 호박, 오이, 토마토 등을 수확하던 것이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는 건축주. 결혼 후, 언젠가는 나도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리라 다짐했건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걸까. 아이들이 장성하고, 남편의 사업과도 시기가 맞을 무렵, 건축주는 오랜 꿈을 이루고자 집짓기에 도전했다. 자작나무 숲을 품은, 정원이 푸르른 집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매스는 여러 방향으로 분절해 육중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경사지의 특성을 살려 땅에 묻히는 부분은 넉넉한 크기의 차고와 부속 공간들로 채웠다.


PLAN


① 현관 ② 창고 ③ 보일러실 ④ 작업실 ⑤ 주차장 ⑥ 거실 ⑦ 주방/식당 ⑧ 방 ⑨ 헬스장 ⑩ 욕실 ⑪ 드레스룸 ⑫ 다용도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북도  

대지면적 ▶ 1,306㎡(395.06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244.15㎡(73.85평)

연면적 ▶ 408.70㎡(123.63평)  

건폐율 ▶ 18.69%

용적률 ▶ 18.69%  

주차대수 ▶ 3대

최고높이 ▶ 6.1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가등급  

외부마감재 ▶ 세라믹사이딩, 징크  

담장재 ▶ 개비온  

창호재 ▶ LG하우시스  

조경 ▶ 석학건설  

설계 ▶ 어번플러스이엔씨 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 ▶ 케이건설


ZOOM IN | 자연으로 둘러싸인 집

큰 땅에 주택이 자리할 때, 건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외부 공간이다. 이 집은 실내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갖는 활용도 높은 정원으로 꾸몄다.



웰컴가든 | 보행 현관부 이용 시 집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진입할 수 있도록 디딤석을 유도하고, 잔디와 상록수, 낮은 관목 등을 심어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자작나무 숲길 | 자작나무 300여 그루를 주택 한쪽 언덕에 심어 마련한 숲길. 집을 짓기 1년 전 식재를 먼저 해 집이 지어지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메인 정원 | 거실과 주방에서 각각 연결되는 정원으로, 잔디를 깔고 주변부에 교목을, 군데군데 포켓 정원에는 건축주가 좋아하는 꽃들을 심었다.


후원 | 부부 침실과 면한 곳에는 개비온 담장이 감싸는 비밀스러운 후원이 자리한다. 컬러풀한 페르몹 야외 가구가 모던한 건물과 잘 어울린다.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률적인 형태를 벗어나 우리만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되, 주변 풍경을 해치지 않는 집이었으면 했어요.”

높이차가 있는 비정형의 땅, 건물은 대지에 순응하듯 앉혀졌다. 높은 옹벽을 세우는 대신 대지 레벨에 맞추어 차고와 지하층을 두고 밖에서 봤을 땐 단층집처럼 보이도록 배치했다. 정겨운 동네와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땅 모양을 따라 길게 놓인 집은 정남향을 받는 쪽에 거실을, 약간 틀어져 있어 오랫동안 빛을 받는 자리에 다이닝룸을, 아침 일찍 떠오르는 해를 받으며 눈을 뜰 수 있는 곳에 침실을 채웠고, 자연스럽게 서비스 공간들도 자리를 잡아나갔다. 내부 공간들로 규정된 외곽선을 따라 외부 공간들이 형성되었고, 이는 곧 실내 공간과 연계되어 개별적인 특성을 갖는 정원들로 꾸며졌다.

하얀 바탕에 거울, 소품 등 아트 피스로 포인트를 준 현관



세르주무이 조명, 카시나 라운지 체어와 소파, USM 사이드 테이블, 몰테니앤씨 TV장 등 거실에는 건축주가 오래 고심하고 수집해 온 취향 가득한 가구들로 채웠다. 거실 한쪽 벽면에 걸린 그림은 김지원 작가의 <맨드라미> 연작


자작나무 300여 그루가 심긴 숲과 세 곳의 특별한 정원이 둘러싼 자리, 집은 담백한 하얀 꽃처럼 그 중심에 서 있다. 미색의 세라믹사이딩 외장재는 주변 풍경과도 어울리는 모양새다. 향을 따라 배치된 주요 공간들 사이로는 욕실과 운동실 등을 채우고 꺾인 면과 계단실이 만나는 지점에는 반려견 블루와 은이를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내부는 미감에 일가견이 있는 건축주의 취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100% 종이 원료의 천연 마감재인 지사벽지와 광폭마루로 깨끗하게 바탕을 만들고 품격 있는 가구와 에지 있는 소품을 두어 멋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한편, 사옥을 포함해 건축주로 네 번째 참여하는 남편은 내실 있는 집을 위해 방수와 전기, 설비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덕분에 긴 장마가 있었던 올여름, 옥상도, 지하도 물 새는 곳 하나 없었다는 후문이다.


지하에서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사이의 오목한 공간은 반려견 블루와 은이의 보금자리


‘ㄷ’자 구조의 조리 공간과 손님 열 명이 와도 거뜬한 다이닝룸은 건축주가 애정하는 공간 중 하나다.


정원 풍경으로 둘러싸인 다이닝룸의 테이블은 이탈리아 보날도, 조명은 비비아 제품이다.

SECTION

① 현관 ② 창고 ③ 보일러실 ④ 작업실 ⑤ 주차장 ⑥ 거실 ⑦ 주방/식당 ⑧ 방 ⑨ 헬스장 ⑩ 욕실 ⑪ 드레스룸 ⑫ 다용도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여명벽지, 삼화 친환경페인트 / 바닥 – 지복득마루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비스타, 대제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KOHLER(유신하우징)  

주방 가구 ▶ 한샘 키친바흐

조명 ▶ 두오모앤코, 세르주무이 코리아  

계단재·난간 ▶ 오크 원목 + 금속

방문 ▶ 현장 제작  

붙박이장 ▶ 한샘  

야외가구 ▶ 페르몹  

데크재 ▶ 사비석

남편의 야심작 중 하나인 헬스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기구는 물론 세로형 TV도 두었다.



동쪽에 배치한 부부 침실은 배치상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졌고, 앞쪽은 소파를 두어 소거실처럼 쓴다. 침대 뒤 벽지는 에르메스, 소파는 사바 이탈리아


이사 온 지 넉 달 정도 되었다는 부부. 퇴근길에 손으로 풀을 뽑으며 귀가하고, 지난여름에는 한 시간 동안 잔디만 깎았다며 남편은 푸념을 늘어놓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하다. 알람 소리가 아닌 새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 뒷문을 열고 나가면 숲길이 있어 반려견들과의 산책이 쉬운 것 등 좋은 점들을 바로 함께 말한다.

집의 이름인 ‘백화재(白樺齋)’는 자작나무를 뜻하는 한자어인 ‘백화’에서 따 왔다. 첫해에 마련한 자작나무가 너무 예뻐 집을 지으면서 더 심은 것이 지금은 숲을 이루었다고. 그렇게 집에서 자연을 마주하며, 꽃과 식물을 가꾸는 생활을 이어나가는 건축주. 어린 시절의 꿈을 담은 집에서 사는 행복이란 이런 걸까.

자작나무 숲길을 산책하는 부부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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