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에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으로, 가족은 나무로 지은 집과 나무로 둘러싼 정원에서 책을 나누며 매일 새롭게 자란다.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말이 가슴 속 깊이 찌르고 들어왔습니다.”
오랫동안 참여해왔던 독서 모임에서 건축주는 어느 건축가가 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건축주에게 의문 없이 매일 당연하다는 듯 살아왔던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지, ‘집’에 대한 여러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건축주의 마음에는 작은 불씨가 지펴졌다. 문득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일상과 TV 속 변화가 아닌, 매일 변하는 자연을 직접 만지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독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환경과 차분히 스스로 돌아보며 신앙을 가다듬을 공간도 마련하고 싶었다. 결심하고 스스로 취향과 원하는 바를 돌아보며 설계에만 1년을 쏟았다. 수미가 주택의 정용운 대표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정 대표의 중목구조 주택을 직접 둘러본 일은, 건축주의 생각을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집’으로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집으로 이어졌다. 마당과 독서와 모임이 있는 집, 자유로운 변화와 시간을 만끽하는 이 집에, 건축주는 ‘잉클링스(Inklings)’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당을 ㄱ자 형태로 둘러싼 주택. 그 안에도 높고 낮은 담장과 수목으로 정원에서 위요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각각의 매스에 다른 지붕 경사각을 부여해 독특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여러 소재의 세라믹사이딩으로 외피를 구성했지만, 매스에 맞춰 적용해 선이 깔끔하게 맞아 떨어진다.
주차장 카포트 바로 옆에 현관문을 배치해 날씨에 관계없이 오가기에 편리하다.
다섯 식구가 사는 집인만큼 신발 양도 상당했다. 큰 신발장 대신 팬트리처럼 공간을 만들어 신발과 그 외 물품을 한꺼번에 수납했다.
주택의 정체성이자 중심 공간인 거실. 2층 높이에 달하는 책장은 골조 보강과 구조적 결합을 병행해 설치가 이뤄졌다. 책장 칸도 천장의 구조목 간격과 맞춰 일체감을 높였다.
거실과 물리적 구분 없이 자리한 주방. 주방 벽면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마감해 나무로 가득한 집에서 가장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잉클링스는 C.S.루이스나 J.R.R.톨킨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속해 종교적 교감과 이성의 교류가 이뤄졌던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유서 깊은 독서 모임 이름으로, 건축주도 집이 이런 공간이 되기를 건축가에게 전달했으며 이는 주택 곳곳에 녹아들었다.
주택은 반듯한 대지 위에 정원을 품은 ‘ㄱ’자 형태로 단정하게 앉혀졌다. 진입로에 가까운 현관을 통해 주거영역에 들어서면 중목구조 특유의 넓은 공간 속에서 주방과 식당, 그리고 거실까지 주택의 반 이상의 공간을 막힘없이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중 거실은 흔한 TV 대신 집 이름에 걸맞게 보는 이를 압도하는 벽면 전체를 채운 책장이 자리해 있고, 위로는 긴 브릿지가, 오픈된 천장은 육중한 목구조 보가 만드는 지붕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인천광역시 서구
대지면적 ≫ 380.50㎡(115.10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5명(부부, 자녀 3)
건축면적 ≫ 132.09㎡(39.95평)
연면적 ≫ 190.10㎡(57.50평)
건폐율 ≫ 34.71%
용적률 ≫ 49.96%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8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벽 : 중목구조 구조목 + 내벽 S.P.F. 구조목, 지붕 : 2×10 구조목
단열재 ≫ 수성연질폼 105mm + 스카이텍 8mm
외부마감재 ≫ 외벽 - NICHIHA(니치하) 골형 금속 세라믹사이딩, 세라믹사이딩 / 지붕 –NICHIHA 요코단 루프 S(블랙)
담장재 ≫ 노출콘크리트 등창호재 ≫ YKK ap-APW 430, KCC 창호(35mm 5로이 12단열 아르곤)
철물하드웨어 ≫ KANESHIN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 ≫ 엘림 플라워 가든
전기·기계 ≫ 이레 전력공사
설비 ≫ 원진ENG
설계 ≫ 스튜디오 인플럭스(이우진 대표)
시공 ≫ 수미가 주택
식당과 주방, 거실, 가족 드레스룸과 욕실까지 가족이 함께 쓰는 공간들은 1층에, 구성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 하는 공간들은 모두 2층에 올라 있다. 쌍둥이와 막내, 아이가 셋인 만큼 아이 방은 공간 분배에 있어 여러 고민이 녹아들었다. 그중 쌍둥이 방은 현재는 오픈된 하나의 방이지만, 후에 쉽게 방을 나눠줄 수 있도록 골조부터 출입구까지 미리 준비해뒀다. 커뮤니티실은 별도의 출입구 외에 실내에서는 2층을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동선이 고려되었다.
1층 욕실은 데크 공간에서 출입이 가능하게끔 창문과 욕조를 적용했다. 덕분에 여름철, 데크 위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바로 몸을 씻기에 편리하다.
자녀방과 부부침실을 잇는 긴 브리지는 막내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다. 지붕선을 따라서는 긴 지붕창을 둬 집 안은 늘 밝다.
자녀방과 부부침실을 잇는 긴 브리지는 막내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다. 지붕선을 따라서는 긴 지붕창을 둬 집 안은 늘 밝다.
주택은 하나의 건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권역으로 나뉜다. 일상을 영위하는 메인 주거 영역과, 커뮤니티실이 그것. 대청마루와 같은 데크 공간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자리한 커뮤니티실은 면적은 작지만, 천장을 오픈해 공간감을 극대화하고, 별도의 주방과 출입문, 욕실을 갖춰 독서 모임과 신앙 커뮤니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커뮤니티실은 진입로에서의 출입 동선도 콘크리트 벽으로 구분하며 별도로 갖추었는데, 덕분에 오히려 교회 뒤뜰의 차분하게 명상할 수 있는 산책로처럼 쓰기도 한다고.
필요한 요소들만 콤팩트하게 갖춰 놓은 부부침실. 욕실을 통해 테라스에 오갈 수 있다.
독서모임과 신앙모임, 때때로 외부에서 방문하는 선교사님을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한 커뮤니티실. 별도의 출입문과 주방을 갖춰 모임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ZOOM IN_르그랑코리아 하이엔드 배선기구 '아테오'
소프트알루+마그네슘 / 소프트알루 사각 / 소프트알루 원형
아테오는 프랑스 그룹 ‘르그랑’에서 탄생한 하이엔드 배선기구로, 오랜 기간동안 사랑받고 있는 클래식 마감 제품. 미니멀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공간에 은은한 포인트가 되는 제품으로, 해당 색상은 소프트 알루 플레이트에 마그네슘 메커니즘으로 조합되었다. 국내형 및 유럽형의 모든 규격을 지원하며, 사각뿐 아니라 원형 모델도 준비되어 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LX하우시스 천연벽지, 2×10 구조목 노출, 스기 루버 / 바닥 - 한솔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비숍 세라믹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웨이브 스퀘어
주방 가구 ≫ ANALOG(김후동 대표)
조명 ≫ 보보조명, 윤씨네 조명
계단재·난간 ≫ 계단재 - 화이트 오크 제작 / 난간 –중원유리 강화유리
현관문 ≫ YKK AP inno best D50
방문 ≫ EIDAI SKISM S-도어 라인
붙박이장 ≫ 리바트
데크재 ≫ 릴코리아 3D EMBO SOLID 19mm
배선기구 ≫ 르그랑 아테오 www.legrand.co.kr
커뮤니티실과 거실 사이 널찍하게 펼쳐진 데크 공간은 실내와 실외의 중간적 활동을 즐기기에 좋다. 아이들이 햇볕을 피해 간이 풀장을 펴고 물놀이를 하거나, 아빠는 천장에 설치한 철봉 등 운동기구로 체력 단련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주택의 진입부 근처 담장에는 커뮤니티실과 바로 이어지는 출입문이 따로 놓였다.
건축주는 새집에 입주하고 크게 느낀 점에 대한 질문에, “자신도 몰랐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과 “감사하는 마음”을 꼽았다. 집을 지을 때만 해도 건축가에게 ‘편한 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했는데, 지금은 곳곳에 나무를 심고 가꾸느라 바쁜 자신의 변화에 많이 놀랐다고. 또한, “집짓기에 관여하는 수많은 분의 노고로 쉽지 않은 과정들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며 집을 나설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을 이루는 구조목의 나뭇결도 점차 그윽함을 더하듯 아이들도, 어른도 물놀이에, 축구에, 때론 진득하게 책에 몰입하거나 모임을 나누면서 곳곳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집에 스며들고 있다.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가족의 답은 이 집으로 충분한 듯하다.
POINT_명상의 길
커뮤니티실의 손님들이 안심하고 드나들 수 있도록, 출입구부터 모임 공간까지 세세하게 고려한 진입로. 때때로 건축주와 가족이 정원 상태에 구애받지 않고 외부 간섭 없이 조용히, 곰곰히 생각에 잠겨들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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