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주택 '만끽'
원룸 전셋집 생활을 청산하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을 원했다. 생에 첫 증축 집짓기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채광과 취향을 잡은 주황색 대문집이 탄생했다.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던 날, 낯선 골목길 사이에서 오래된 주택을 만났다. 좁은 부지였지만, 북쪽으로 무악산 능선이 보이고 조용하게 흘러가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쪽의 도로에서 바라 본 주택의 외관. 수직증축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1층과 2, 3층의 분리를 통해 답답한 느낌을 최소화했다.
건축주 이서현 씨는 직장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뒤 2년마다 이사를 다녔다. 새로운 원룸으로 이사할 때마다 도배부터 인테리어까지 열심히 방을 가꾸고 취향에 맞게 꾸몄다. 하지만 매번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정성 들인 방을 떠나야만 하는 것에 지쳐만 갔다. 이제는 자신의 집을 마련해 꾸준하게 애정을 쏟고 싶었다. 그렇게 오롯이 건축주만을 위한 주황색 대문의 집 ‘만끽’이 탄생했다.
곡면의 유리블록과 둥근 조명으로 꾸민 외관. 1층과 2층의 구조가 달라 생긴 삼각형의 여백이 감각적이다.
발랄한 노란색 대문이 들어설 때마다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처음 부지를 찾았을 때는 좁은 대지면적과 낮은 건폐율 때문에 집짓기를 망설였다. 위치가 마음에 들어 고민 끝에 신축이 아닌 증축으로 생각을 돌렸다. 집짓기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혼자 잡지를 보며 공부하고 건축사사무소를 찾았다. 협소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무소 중 자신의 취향과 가장 통하는 곳을 선택했다.
SECTION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 ④ 침실 ⑤ 화장실 ⑥ 드레스룸 ⑦ 테라스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대로변과 마주한 곡면에는 유리블록으로 창을 냈다. 동시에 옆집의 담과 마주한 면에 큰 창을 내어 채광을 놓치지 않았다.
프로젝트는 설계 과정에서 한 번의 위기를 겪었다. 사무소와의 긴 소통을 통해 나온 첫 번째 설계안이 건축 허가 전 단계인 건축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 대로변에서 집 사이로 들어오는 골목길을 확폭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집의 세로 폭이 좁아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설계안을 만들어야 했다. 1층에 넓은 주방과 거실을 두고 2층을 드레스룸과 욕실로 꾸미려고 했던 첫 번째 안은 대폭 수정돼 지금의 구조가 되었다. 입주하고 한 달을 살아보니 지금의 동선이 생활 패턴과 딱 들어맞아 현재는 매우 만족스럽고 다행이라고. 옆집의 신축 공사 소식도 하나의 변수였다. 서쪽으로 내려던 창 설계를 마지막까지 수정하고 나서야 최종 설계안이 나왔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세탁기와 건조기. 계단 밑의 남는 공간을 수납 및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드레스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욕실이 있다. 모든 면을 화이트 컬러 타일로 시공해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대문은 안전을 고려해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 쪽으로 냈다. 골목으로 들어설 때 지나는 1층 코너 벽을 곡선으로 처리해 수직으로 증축한 주택에서 느껴질 수 있는 답답하고 딱딱한 느낌을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했다. 1층 외벽은 이전 주택의 벽돌 외장재와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고 유리블록, 둥근 조명 등의 아이템을 배치해 마치 카페 같은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1층 거실에서 바라본 드레스룸과 계단. 드레스룸으로 향하는 입구를 아치형으로 마무리해 집 전체를 관통하는 곡선의 이미지를 유지했다.
과감한 컬러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도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거실이, 왼쪽에는 드레스룸과 욕실이 있다. 이서현 씨는 채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전체적으로 남쪽 공간을 넓게 비우고, 창을 많이 내기를 원했다. 1층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약간의 재치를 발휘, 대로변을 마주하고 있는 곡면에 유리블록으로 창을 냈다. 사생활 보호와 채광을 모두 잡은 시도였다. 대신 옆집 담벼락과 좁게 마주하고 있는 동쪽으로 큰 창을 내 탁 트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거실에서 드레스룸으로 통하는 복도 입구는 아치형으로 디자인해 곡선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PLAN
2층은 전체가 주방 및 다이닝 공간으로, 평소 집에서 요리를 즐겨하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을 할애했다. 단일화되고 단조로운 공간을 다양한 형태의 창을 내어 다채로운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남쪽은 전깃줄이 시야를 가려 비교적 작은 창을 설치하고, 대신 서쪽으로 크게 창을 내 시원한 개방감을 주었다. 또한 남쪽의 코너창으로 시각을 확장하는 효과를 주고, 그 옆에 작은 라운드 창을 두어 역시 1층에서 이어지는 곡선의 느낌을 살렸다. 2층의 숨은 공간은 계단 뒤쪽으로 꺾인 ㄱ자형 테라스다. 단독주택의 장점인 외부 공간을 살리기 위해 마당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나왔으나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테라스를 선택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지면적 ≫ 43㎡(13.00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거주인원 ≫ 1명
건축면적 ≫ 15.7㎡(4.75평)
연면적 ≫ 48.64㎡(14.71평)
건폐율 ≫ 36.51%(증축면적 기준)
용적률 ≫ 113.11%
최고높이 ≫ 11.61m
구조 ≫ 기초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벽: 경량목구조, 외벽: 2×6 구조목, 지붕: 2×10 구조목
단열재 ≫ 그라스울 R23, R37
외부마감재 ≫ 외벽 –STO 외단열시스템 등 / 지붕 – 컬러강판
에너지원 ≫ 도시가스
시공 ≫ 건축주 직영
감리 ≫ 법정감리 비대상, 디자인 감리 – AAPA건축사사무소
설계 ≫ AAPA건축사사무소
2층 주방의 조리 공간. 평소 요리를 즐기는 건축주가 신경 쓴 공간 중 하나다.
조리대 옆 다이닝 공간. 다양한 형태의 창이 공간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북쪽으로 낸 계단. 꺾인 계단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오르내리기 쉬운 높이로 설정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일반 수성페인트 도장 / 바닥 –포세린 타일(네뷸라화이트)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일룸 테이블, rareraw 선반
거실 가구 ≫ 빈티지 제품
조명 ≫ IKEA 플로어 레어로우조명, 빈티지 Kartell
계단재·난간 ≫ 자작나무 + 철제 봉난간
붙박이장 ≫ 한샘 로아 시스템장
침실이자 작업실인 3층은 이서현 씨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다. 계단쪽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작업 공간이 의외의 힐링 포인트가 됐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은 요즘, 작업 공간에 앉아 고개를 들면 북쪽으로 높게 난 고정창으로 멀리 무악산의 풍경이 바라다보인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창밖의 모습을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침실 옆에는 따로 화장실을 설치해 번거로운 동선을 줄였다.
침실 옆 화장실. 침실과 구획을 나누지 않고 바닥 타일을 연결해서 구성, 문지방 없이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계단에서 바라 본 침실 공간.
남는 코너 공간을 작업 공간으로 활용했다. 높게 위치한 고정창이 북쪽의 무악산 능선의 풍경을 품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최대한 오래 지금의 집에 머물고 싶다는 이서현 씨. 집을 짓기 전부터 협소주택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1인가구가 생활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게 설계한 공간은 공들여 찾은 가구와 아이템들로 지금도 계속해서 채워지고 있다. 자신의 삶을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그녀와 어울리는 집이 완성되는 중이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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